서론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
훈련은 경영과 비슷하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
그리고 에드워드 에밍은 말했다. "측정 가능한 모든 것을 측정하라, 그리고 그 측정이 힘든 모든 것을 측정 가능하게 만들어라"
우리는 초보자, 중급자 이런 추상적인 관념도 억지로라도 측정 가능한 범위로 계속 끌고 와야 한다.
본론
우리가 알 수 없지만 내 안에 있는 발현되지 않은 내 잠재력의 최대 발현 지점 (능력 그래프의 상한선)을 100%로 했을 때 초보자는 잠재력 30% 발현, 중급자는 잠재력 75% 발현, 상급자는 잠재력 95% 발현을 한 사람이라고 개념을 다시 이해하자.
즉, 초급자, 중급자, 상급자의 기준은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한 그래프가 아니라, 각 개인 안에 있는 잠재력의 최고점의 발현에 얼마나 도착했느냐의 지표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상한선은 고정값이 아니라 크게 두 가지의 영향을 받는다. 변화시킬 수 없는 유전적 요인, 통제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환경의 조합으로 결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합에 따라 내 잠재력은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유전적 요인은 제외하면, 결국 환경 선택이 우리의 잠재력을 결정한다. 교육 수준, 마인드, 부상 등 개선 가능한 변수를 조절하면 잠재력 상한선이 올라가는 것이다.
교육이란 더 좋은 환경 훈련을 만들고, 마인드 세팅을 하고, 우리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아가는 것이다. 초보자는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눈에 띄게 많이 좋아진다. 하지만 중급자 존에선 상승 폭이 줄어들고, 상급자가 되면 더 조금씩, 천천히 늘어난다.
스트렝스 종목의 경우 잠재력 최대치에 근접하는 데에 6~8년 정도 걸린다고 하고, 운동 성분에 따라 3~4년 혹은 훨씬 더 길기도 하다. 하지만 공통 특성이 있는데, 그건 기간이다.
초보자의 경우 성장이 되는 한 칸은 긴 시간이 아니다. 훈련 적응에 대한 결과가 몇 시간, 며칠 만에 나타난다. 배운 즉시, 혹은 다다음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나 본인도 향상됨을 느낀다. 내가 오늘 하루 열심히 하면 다음 주면 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급자의 경우 이 한 칸이 몇 개월, 몇 년까지도 일정이 잡힌다 (ex. 올림픽 기록을 세울 때 전의 기록보다 0.1% 올리는 데 4년이 걸린다). 입문자, 초보자, 중급자, 상급자는 전부 다른 시간 속에 사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초보자는 급격한 폭으로 날마다 성장, 중급자는 감소된 폭으로 주, 월마다 성장, 상급자는 겨우 알 정도로 해마다 성장한다고 할 수 있다.
초보자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가 있는데, 그건 성장에 필요한 훈련의 퀄리티 곡선이다. 중급자는 초보자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높은 퀄리티의 훈련을 성공해내야 한다. 하지만 초보자에겐 이런 게 거의 요구되지 않는다 (이게 초보자 존이 무서운 이유다).
초보자 시절엔 아무리, 정말 아무리 훈련 퀄리티가 낮아도 그 훈련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기너 이펙트). 비기너 이펙트에 의해 초보자는 어떻게 해도 성장이 일어나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다고 믿고, 진짜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근육 운동에 있어서 실패할 때까지 연습을 하는 게 꼭 필요한가에 대한 연구 논문을 살펴보자 (초보자, 숙련자 농구 선수를 비교한 데이터). 쉽게 말하면 근력 운동을 진짜 힘들어서 못할 때까지 하는 게 맞는지, 적당히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것을 비교한 실험이다.
논문 결과에 따르면 훈련하지 않은 초보자는 실패 지점까지 운동을 하든 근접하게 운동을 하든 적당히 하든 모든 훈련에서 근 비대가 최대치로 일어났다. 초보자는 실패 지점까지 가든, 아니든 근 비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가벼운 무게로 훈련을 해도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는 최대 근력 향상도 같이 일어났다.
그러면 교육자의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것이다. 자기가 공부한 바로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훈련 유경험자 (숙련자)들은 실패 근접 지점에 변수를 조절하면 결괏값이 조절이 된다. 초보자들처럼 낮은 훈련에서 최대 근력이 일어나지 않는다. 즉 초보자일 때만 a, b가 모두 맞고, 중상급자로 넘어가면 예측 가능하게 변숫값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똑똑한 분들은 비기너 이펙트가 어떻게 성장의 발목을 잡을지 감이 올 것이다. 초보자일 땐 이래도 늘고 저래도 늘고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일단 하라는 방식의 조언이 많을 것이다. 만약 초보자 구간에서 신나게 (아닌가..?) 훈련하고 1달, 2달, 1년이 지나고 이제 중급자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하는 기술, 테크닉을 보고 슬금슬금 따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훈련 퀄리티가 필요해지는 이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낙오하고 다친다. 특히 초보자 존에 오래 머물며 미신과 잘못된 정보, 문화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초보자의 입장에서 초보자 존에선 아무리 훈련 퀄리티가 떨어져도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한테도 그게 작동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초보자일 땐 아무거나 붙잡고 일단 하라는 문화에 있다가, 중급자 존으로 가면 "어어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상황이 나오다 하다가 다치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이런 사전 지식을 알고 나면 이런 잘못된 미신을 털어낼 능력을 갖춘 것이다. 평소였으면 비기너 킴 (비기너 효과를 받는 누군가)씨가 와서 자기는 이렇게 저렇게 했더니 막 늘었다고 하면 팔랑귀가 돼서 똑같이 따라 하겠지만, 우린 정확한 정보를 기준으로 두고, 그게 맞아서 그렇게 됐다기보다 "초보자니까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건 우리의 마인드가 중, 상급자, 마스터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마인드가 피지컬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인드를 중, 상급자로 먼저, 미리 넘겨두면 내 몸과 환경은 마인드에 따라 조금씩 성장한다. 초보자 문화의 사람들은 때가 되면 내 마인드가 성장해서 중급자, 상급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마인드가 먼저 앞에 있고 그걸 따라 내 피지컬, 환경, 사회적 역할이 뒤따라 성장한다.
초보자 존의 훈련 문화 루틴으로는 중급자로 넘어가는 지점을 뚫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싫더라도 언젠간 중, 상급자 문화를 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중, 상급자가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비록 내 몸은 초보자 존에 갇혀있지만 내 정신은 이미 프로가 된 것처럼 훈련에 임해야 한다. 이게 가장 합리적인 자세다. 특히, 올바르게 정진하고 있는 선배들을 이용하고, 그 사람들이 아는 게 정말 내가 알아야 할 '진짜' 정보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해야 될 연습은 안 하고 눈만 상급자에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너무 집중해서 배우면 같은 초보자 그룹 친구들이 오버한다고 놀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신이 진짜 프로가 되고 싶다면 그 친구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다르게 생각해야 된다. 성장하는 데 있어 옆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피지컬은 아직 부족할지라도 마인드부터 바로 중, 상급자로 탈출해야 한다.
결론
글을 총정리하면, 초보자는 훈련 퀄리티와 상관없이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쉽게 성장한다. 때문에 비기너 이펙트가 작동하는 한 미신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제조가 될 것이다 (ex. 일단 닥치고 하세요 같은 문화 등). 만약 논문을 보더라도 해독할 수 있는 눈이 없으면 논문들 사이에서 정신 차리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갖춰져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틀리거나 상황에 따라 다른 정보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비기너 이펙트를 통해 얻은 잘못된 훈련 정보로 인해 나중에 성장의 발목을 붙잡히기 전에 내 몸은 비록 초보자 존에 있더라도 마인드는 프로가 되려고? 아니, 이미 프로가 된 것처럼 훈련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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