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물구나무 (handstand)를 하기 위해선 우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물구나무를 하나의 테크닉이 아니라 손으로 균형을 잡는 것이기 때문에 균형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게 필수적이다.
본론
물건의 균형을 잡는 것과 인체가 균형을 잡는 것은 엄청 큰 차이가 있다. 외발자전거를 탄 사람은 균형을 잡기 위해 앞뒤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을 것이다. 가만히 있더라도 신체는 각종 순환 (온도가 바뀜에 따른 혈관 팽창과 축소, 혈액순환, 기타 여러 대사에 의해)에 의해 균형이 계속 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건은 밀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이상 (외부의 물리적 자극을 받지 않는 이상) 계속 정지한 채로 있을 수 있다.
엄밀히는 우리가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균형을 잡고 서있는 것이다. 의자가 날 위해 균형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의자 위에 있는 우리가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균형은 잡은 위치에 고정돼있는 게 아니라 계속해 넘어지는 것을 다시 회복해야 서있을 수 있다. 즉, 특정 포즈를 만든다고 균형이 잡히는 게 아니라 균형을 회복하는 능력을 길러야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우리 몸은 똑바로 서있기 위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바로잡기 반사 (Righting reflex), 자동적 자세 반응 (Automatic Postural Response), 선행적 자세 조절 (Anticipatory Postural Control) 등의 여러 가지 협력을 통해 통제되지 않는 움직임을 통제하며 서있는다. 우리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바로잡기 반사는 전정기관 등이 우리가 수평이 깨지면 우리가 움직여 균형을 잡도록 노력한다 (달팽이관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작동하고 있다).
자동적 자세 반응은 예를 들어 한 발로 서있을 때 발바닥을 자세히 관찰하면, 발바닥이 가만히 고정돼있는 게 아니라 계속 균형을 잡으려고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라며 이런 식으로 아는 게 아니라 이때까지 했던 경험에 의해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선행적 자세 조절은 사지를 움직이기 전에 내가 안정화를 위해 미리 움직이는 어떤 행동을 하는 걸 말한다. 내가 왼발을 들려고 하면 내 몸이 들기도 전에 오른쪽으로 체중이 이동된다. 이것 역시 누구에게 배워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넘어지고 움직이며 얻은 경험이 쌓여서 미래를 예측하고 내 몸이 미리 행동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적 키워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내가 100% 의지로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구나무를 할 때 대부분의 잘못된 가이드는 물건처럼 내 몸의 균형을 어느 위치에 딱 세우는 것에 많이 집중을 한다. 예를 들어 "더 힘주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아 딱 여기에요" 등.
그러나 모양 (자세)를 잡는 것보다 쓰러지는 것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인간 균형의 99.9%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1자 자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물구나무를 설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제일 먼저 집중을 해야 한다.
이제 훈련 순서를 알아보자. 우선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 오랫동안 물구나무를 유지할 수 있는 힘,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벽에서 물구나무를 3분 동안 버티는 것을 목표로 첫 주에는 10초씩 12세트, 다음 주에는 20초씩 6세트 이런 식으로 점차 늘려 한 번에 3분을 버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벽 물구나무가 힘들면 파이크로, 그것도 힘들면 푸쉬업 자세로, 그것도 힘들면 벽을 짚고 버티는 등 훈련은 언제나 0단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며 무리하는 것보다 본인 능력에 맞게 훈련해 목표를 조금씩 성취해 나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물구나무에 도착할 수 있는 비법이다.
예를 들어 초보자의 경우 물구나무를 시도해 한 주에 300초를 내 몸에 내 경험으로써 인풋을 넣는 것이 자유 물구나무를 서는 것보다 리스크도 적고 더 많은 훈련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그걸 통해 같은 시간 대비 압도적 실력 차이가 나게 된다.
우리가 균형을 잡는 걸 안정화 능력이라고 한다. 이탈과 같은 외부의 힘이나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이다. 지구력은 지속되는 외부 힘이나 저항에 오랫동안 극복하는 힘을 말한다. 이 두 가지는 같은 팀이라고 생각해라. 둘이 함께 일할 때 최고의 능력을 발현한다. 즉 안정화 지구력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안정화 능력은 지구력을 기르는 훈련에서도 많이 길러진다.
지구 상의 어떤 동물도 하지 않는 완전한 직립보행을 유일하게 하는 인간에게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인간만의 종족 특성). 다만 발로 사는 건 평생 해왔지만 손으로 사는 건 막 시작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주면 (훈련을 몸에 인풋 하면) 쉬운 과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구나무를 못 서고 다치는 이유는 자세를 몰라서가 아니라 잘못 이해하고 아예 접근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방법의 팁을 제시한다. 가이드가 있으면 시작하기 편할 것이다.
바닥에 손바닥을 댈 때 보통 사람은 손바닥을 넓게 잡는 게 무게중심이 넓어져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새끼손가락이 바깥쪽으로 많이 갈수록 기저면이 자뼈 (Ulna)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새끼손가락은 안쪽으로 모아주는 게 좋다. 결론적으로 손바닥 (손가락)을 넓게 벌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액티브 그립을 해야 한다. 그냥 손바닥을 가지런히 내려놓는 게 아니라 바닥을 잡는다는 느낌으로 놓는 것이다 (능동적). 그리고 이렇게 하면 손가락의 관절들이 더 많이 움직여 훨씬 더 섬세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다관절 사용). 가로방향의 무게중심은 검지와 중지 사이부터 노뼈 (Radius)로 가는 라인으로 둔다.
세로 방향의 경우 손목 쪽으로 무게중심을 둘수록 체력 소모가 낮고, 손가락 쪽으로 둘수록 체력 소모가 높아진다. 하지만 손목 쪽으로 갈수록 안정성이 낮아지고, 반대로 갈수록 안정성이 높아진다. 세로 방향의 경우 손허리뼈 (Metacarpal) 머리 부분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안정성이 가장 높다. 결론적으로 엄지, 검지의 손허리뼈 머리 부분 사이에 점을 찍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좋다.
결론
글을 총정리하면 살아있는 인간이 균형을 잡으려면 끊임없이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술 취한 사람이 아무리 정확한 자세로 1자로 서있어도 균형을 잡는 능력이 없으면 쓰러진다. 따라서 밸런싱 트레이닝은 특정 자세가 아니라, 균형 능력 자체를 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안정화 훈련과 지구력 훈련은 한 팀이다. 오랫동안 물구나무를 유지하는 지구력 훈련은 물구나무에 나를 오래 노출시키는 것이고, 그것이 내가 (몸이)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균형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물구나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접목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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